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페이스북 more

51129492_2064453896935268_5023053270164176896_n.jpg

[기자회견문]
“10년 만에 복직한 노동자의 첫 임금마저 빼앗는 경찰, 
국가손배 즉각 철회하라”

“해고기간 55개월, 국가가 제기한 손해배상 14억 7천만원, 퇴직금 가압류, 부동산 가압류”

2018년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쌍용차서른번째 희생자 故김주중. 그가 2014년에 시민단체에 보낸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한 설명이다. 해고노동자의 퇴직금과 가족이 함께 살고 있는 집마저 가압류한 주체는 ‘대한민국, 경찰’이다. 고인을 포함해 임금가압류를 겪은 쌍용차의 노동자는 67명이다. 2016년 2심이 끝나고 나서야 일부가 가압류 이의제기 신청을 통해 가압류를 풀었지만, 이미 7년이나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해 가족까지 고통을 받은 뒤였다. 여전히 가압류가 풀리지 않은 채 10년 째 괴로운 일상을 보내는 39명의 노동자가 있다. 
2019년 1월, 국가는 10년 만에 복직한 노동자의 첫 급여마저 가압류했다. 10년 전 집행하지 못했던 금액이 남아있다는 이유다. 설을 앞두고, 복직 후 첫 급여를 손에 쥘 노동자의 희망을 송두리째 진창에 처박았다. 급여명세서에 찍힌 ‘법정 채무금’ 앞에 쌍용차 노동자는 또 다시 절망하고 있다.

복직자에 대한 급여가압류가 보여주는 바는 명확하다. 아직 ‘쌍용자동차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지난 10월, 사회적 대화를 통해 남은 해고노동자 119명의 복직을 합의했다. 그리고 12월 31일, 합의 이행의 시작으로 71명의 해고노동자가 10년 만에 첫 출근을 했다. 많은 시민들이 해고자 복직으로 쌍용차 사태가 마무리되고 노동자들이 일상으로 되돌아갈 거라고 믿고, 희망을 나눴다. 그러나 국가가 복직자의 첫 급여를 가압류함으로써, 손배가압류가 그대로 존재하는 한 복직을 해도 노동자는 희망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복직한 노동자의 임금압류는 아직 복직하지 않은 해고노동자들에게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설사 가압류가 풀려도 현재 대법원에 계류된 손해배상청구가 남아있는 한 언제든 압류는 집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압류 집행은 경찰청인권침해조사결과와 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한 처사다. 
2018년 8월 경찰청 인권침해조사결과, 김주중 씨를 포함해 당시 2009년 옥쇄파업에 참가한 해고노동자들이 '국가폭력 피해자'라는 것을 확인했다. 위원회는 권고 사항 중 하나로 ‘경찰이 제기한 손해배상가압류 철회’를 포함했다. 해당 권고로 국가로 인해 무려 10년을 '범죄자'로 낙인찍혀 고통받아야 했던 해고노동자들이 낙인과 고통에서 벗어날 출구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나는 동안 국가폭력 가해주체인 ‘경찰’은 경찰청인권침해조사결과와 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무시로 일관했다. 쌍용차해고노동자들은 권고 이후 손배가압류 철회와 관련해 경찰청의 입장이나 이후 계획조차 듣지 못했다. 특히 경제력 행사조차 10년 동안 가로막힌 노동자들은 가압류 만이라도 풀어주길 바랐지만, 경찰청은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았다. 그 결과가 바로 ‘복직자의 첫 임금 가압류’다. 여기엔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있을 수 없다.

일상이 파괴된 노동자들은 더는 견딜 힘이 없다. 지난 24일 발표된 노동자 손배가압류 실태조사 결과 ‘손배가압류 노동자의 자살시도가 일반인의 30배’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에 쌍용차 손배당사자들도 참여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노동자들이 불안과 고통에서 견딜 수 없음을 안다.

민갑룡 경찰청장에 요구한다. 쌍용차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 철회 권고를 즉각 이행하라. 
경찰청 인권침해조사결과는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과정의 일환이다. 적폐를 확인하고도, 이를 바로잡고자 이행하지 않는 것은 적폐와 궤를 같이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잘못을 드러내는 데까지 9년이 걸렸다. 그동안 30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잘못을 바로잡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지 묻고 싶다. 이미 경찰청 인권침해조사결과 발표 후 5개월을 기다렸고, 그 기다림에 대한 답변은 ‘임금 가압류’로 돌아왔다. 이에 대해 명확한 사과와 책임있는 답변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에도 요구한다. 국가폭력의 책임은 정부의 몫이다. 2009년 쌍용차 옥쇄파업에 대한 국가의 손배가압류는 ‘국가폭력’과 별개가 아닌 국가폭력의 한 과정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원인을 알면서도 즉각 해결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또 다른 폭력이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트라우마와 불안감은 지금도 증폭되고 있다. 
쌍용자동차 사태는 해고자 복직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미 노동자들은 장기해고, 형사처벌, 사회적 낙인과 손배가압류로 인한 심리적 고통까지 쉽게 회복되지 않는 고통을 겪었다. 근본적인 해결은 명예회복과 손해배상가압류 철회가 이뤄져야 가능하다. 문제인 정부에서 밝혀낸 국가폭력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다 해주길 요구한다.

2019년 1월 30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