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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현장의 단결투쟁 없는 노동이사제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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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연초 국민의힘을 비롯해 여야 대선 후보들이 모두 노동이사제 도입을 찬성하고 나오자 지난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여야합의를 바탕으로 노동이사제를 의결했다, 물론 국민의힘은 자본측이나 당내 반대를 고려했는지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본희의 통과가 임박하자 16일자 자본언론들은 노동이사제 강행하는 정치권, 투자·고용 말할 염치 있나”(조선), “기득권 노조에 더 센 칼 쥐여준 여야 '노동이사제 야합'”(한국경제), “노동이사제·타임오프, 대선 표심 노리고 졸속처리해선 안 된다”(매일경제), “'노동이사제' 초읽기국민연금 입김 센 곳부터, 공기업 의사결정에 노조 입김 강화”(뉴데일리경제) 등 일제히 반대 포문을 열었다.

 

결과적으로 지난 111일 노동이사제도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확한 법률명칭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공공기관운영법)이다. 이 법은 공포로부터 6개월 후 정식 발효되어 공기업 36, 준정부기관 95곳 등 131개 공공기관에 적용된다.

 

노동이사는 3년 이상 재직 노동자 중 선출하며 임기는 2년이며 1년 단위로 연임 가능하다. 서울시의 경우 조례를 통해 20169월부터 서울교통공사(옛 서울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 공사 합병) 등에서 실시하였다. 이후 확대되어 전국 14곳 지자체에서 노동이사제를 실시하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국정과제 중 하나였고, 202011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합의된 사항이다. 이번 국회 통과와 동시에 노동계는 경영 결정 과정에 참여하여 잘못된 경영에 견제와 감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더 나아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산하에 노동조합과 정부, 공공기관 경영진이 마주 앉는 교섭 체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자본측을 대표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노동이사 임기 중 노조 탈퇴, 민간기업 확대 반대", 중소기업중앙회(중기협)"이사회 노사갈등 장으로 변질, 공공기관 방만 운영과 도덕적 해이 조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공기관운영법 제18(이사회 구성) 1항은 기관장을 포함한 15인 이내의 이사로 구성한다고 되어 있어, 여기에 노동자 대표 한두 명이 참여한다고 큰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직후 민주노조가 쟁취한 인사위원회, 징계위원회, 경영위원회 등에 참여하고 있지만 결국 노사간 힘의 관계에서 결정될 뿐 참여만으로 되는 것은 없다.

 

총연맹 단위에서 공공기관인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관련 기관에 사외이사로 참여하고 있지만 내부경영상태나 구체적인 정보에 접근할 수 없어 회의 참석만으로 제대로 된 견제기능을 하기 어렵다. 전문성이 없는 상태에서 당일 배포되는 회의자료 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의 주요 나라들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모두 노동이사제가 의무화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경우 1976년 독일의회 의원의 95% 찬성으로 공동결정법이 통과 되었는데 노사동수로 구성된 감독이사회에서 회계 부정 등 경영상 결정 사항에 대해 견제나 자문 등으로 내용으로 공동으로 결정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자본측이야 공공부분에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민간부문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해 겉으로는 반대했지만 내심으로 크게 우려하지는 않을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전 총리는 공동결정법 30주년 기념식에서 공동결정제도는 독일적 시장경제를 대표하며, 경제성장을이끌어 온 요인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신자유주의 보수 양당인,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과 대선 후보가 노동이사제를 찬성할 때는 실제 사업장 내에서 자본 측의 영향력 즉 현장권력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도 경영감시와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사외이사를 두고 있지만 대부분 거수기로 이용하고 있다.

 

노동자 대표가 절반이 참여하는 독일의 공동결정제도 하에서 독일 노동자들의 상황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신자유주의 바람은 얼마나 막아냈을까?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사회적 합의주의(코프라티즘)에 의해 형성된 유럽의 완전고용과 사회복지는 점점 후퇴하고 있다. 결정적인 것은 노동운동의 약화다. 독일은 당시 40%대 노조조직률이 20%대 이하로 하락했고 비정규직과 실업자가 증가하고 있다.

 

노동운동이 약화되고 후퇴하면 노동이사제를 통해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가한다고 해서 변할 것은 없다. 단순히 수적인 문제가 아니다. 지본주의사회는 노자간 계급관계 즉 힘의 관계 속에서 변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조대표든, 노동이사든 모두 현장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의 바탕 위에 표현되는 대표성일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자본은 노동이사를 포섭하여 이 제도를 어용화 내지 체제내화시키려 할 것이다. 노동이사제는 만능이 아니다.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2022.1.14.,

 

배제된 사람들과 함께 <평등노동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