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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민주항쟁 35주년을 맞이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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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6.10 민주화 항쟁(6월 항쟁)이 일어난 지 35주년을 맞는다. 6월 항쟁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호헌조치에 맞서 학생, 노동자, 시민들이 벌인 민주화 투쟁이다. 197912.12 군사반란과 19805.18 광주민중학살을 통해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은 폭력으로 민주주의를 억압했다.

 

6월항쟁은 갑자기 일어나지 않았다. 민주주의 탄압한 군사정권에 맞서 학생, 노동자를 비롯한 민중들의 저항이 축적되어 폭발한 것이다. 19865.3 인천항쟁과 10.28 건국대 항쟁을 시발로 1987년 초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도화선이 되었다. 이에 전두환의 4.13 호헌조치가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69일 연세대에서 이한열 학생이 경찰의 최루탄 발사로 사망하였고, 610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국민운동본부가 주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서울을 시작으로 호헌철폐, 직선제 쟁취!”를 위한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미국도 5.18 상황처럼 묵인하지 않았다. 전두환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629일 민주정의당 대통령 후보인 노태우를 통해 직선제 수용을 선언하게 한다. 그해 1027일 국민투표로 확정되고 제6공화국이 탄생한다.

 

6월항쟁의 영향으로 노동자들의 투쟁도 분출한다. 789 노동자 대투쟁으로 불리는 전국적 파업이 우후죽순 벌어진다. 파업건수 3,341건에 연인원 200여만명이 파업에 참가한다. 이 투쟁의 결과 1986년 노조수 2,658, 조합원수 1036천명(조직률 15.5%)이었던 노조는 1998년에는 6,142개 노조, 1707천명(조직률 22%)으로 노조 수 131%, 조합원 수 64.7%가 증가했다. 가히 1946~7년 전평 총파업 이후 40년 만의 일이다.

 

그러나 1987년을 관통하는 치열했던 투쟁의 평가는 6월 항쟁에만 머물러 있다. 군사독재정권에 맞선 민주화 투쟁은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직선제 쟁취로 끝난 채 보수정치권에 그 공을 넘겨주고 말았다. 1987년 대선에서 양김 세력이 분열되면서 쿠데타 세력인 노태우가 어부지리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급기야 1990년 초 김영삼이 5.16 쿠데타 세력인 김종필, 12.12 쿠데타 세력인 노태우와 함께 3당 합당한 뒤 민주자유당(민자당)을 창당한다.

 

한국정치 지형은 8.15 해방과 분단, 미군정과 한국전쟁 그리고 독재정권을 거치며 진보좌파세력의 토대가 점점 취약해져 왔다. 기껏해야 수구와 보수 또는 수구보수와 상대적 개혁보수로 유지되어 오다가 그 간격이 좁혀지고 차이도 희미해졌다. 1993년 출범 당시 문민정부라 칭했던 김영삼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1998년 출범한 김대중 국민의정부, 2003년 출범한 노태우 참여정부 모두 군부쿠데타 세력이거나 재벌과의 연합으로 탄생했다. 이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을 거쳐 윤석열 정권에 이르는 과정에서 정치적 구호나 슬로건 정도만 달랐을 뿐 보수 양당은 시계추처럼 정해진 범위 내에서 반복적으로 권력을 주고받고 있다.

 

전두환은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뒤 위헌적인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를 만든다. 이 국보위 재무분과 위원이자 민정당 국회의원 출신 김종인은 최근 몇 차례 양당을 넘나들며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후보 당선을 위해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우승을 원하는 프로스포츠 팀의 감독으로 옮겨다니는 모양이었다. 이들 정당은 권력을 장악하는 경기에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져 있을 뿐 본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오죽하면 노무현이 연정을 제안했겠는가?

 

19876월 항쟁 당시 20대 초반 빤짝 학생운동의 지도부들은 30대 초반에 정치에 입문할 당시 ‘386’으로 각광 받았다. 그러나 국회 중진의원이 된 지금 용퇴를 강요당하는 초라한 몰골의 ‘586’이 되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 때만 되면 국민과 유권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나 그들 대부분은 노동자민중과 거리가 먼 기득권 세력일 뿐이다. 굳이 따지만 신, 구 사대부 차이 정도라 할 것이다.

 

민주와 인권을 내세운 정부하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이 시작됐고 정권이 교체할수록 그 강도는 강화됐다. 경제사회 구조는 점점 더 악화됐다. 재벌대기업 중심의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정책이 지속되면서 보수 양당은 어느 정권이 들어서던 친기업 반노동정책으로 일관했다. 환경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산재사망률, 자살률, 빈곤율은 물론이고 임금(소득)과 재산을 비롯한 사회적 격차는 점점 벌어져 극단적 양극화가 초래됐다. 세계인권선언과 헌법이 명시한 존엄, 인권, 평등, 행복에 근거할 때 이제까지의 모든 정권은 탄핵 대상이다.

 

지금 한국정치는 보수양당에 줄 선 기득권 세력들이 권력을 주고받고 있다. 노동자 민중은 그저 여야 보수 양당의 정치적 포로가 되어 표를 찍는 대상으로 전락했다. 공동체 사회는 약화되고 피폐해지고 있다. 진보좌파진영은 보수정치세력에 흡수되거나 잠식당해 취약해져 있다. 보수정치판은 의회주의를 말하지만 부패한 자, 출세주의자, 변절자, 소영웅주의자, 심지어 조폭과 사기꾼들까지 모여 나날이 신파극을 연출하고 있다.

 

진보좌파진영은 지난 20여 년 동안 세상을 바꿀 전략을 갖지 못한 채 보수정치의 뒤만 쫓다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6월 항쟁 35주년을 맞이하는 오늘 789월 노동자 총파업을 토대로 한 민주노조운동과 평등세상을 향한 노동자정치운동을 평가하면서 새로운 탈자본노동자민중의 정치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2022.6.10.

배제된 사람들과 함께 <평등노동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