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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평>

노사정합의 기구에 빠져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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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 말 외환위기 발발로 한국경제는 IMF 경제신탁통치하에 들어갔다. 그 해 12월 선거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됐다. 인수위원회 가동과 함께 김대중 당선자가 실직적인 대통령 역할을 수행했다. 김대중 정부 출범 직전인 1998년 1월 15일 1기 노사정위원회가 발족됐다. 


2월 6일 민주노총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이 발표됐다. 그러나 2월 9일 열린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노사정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켰고 지도부는 총사퇴했다. 잠정합의안에 서명하지도 않았다. 2월 13일 국회는 노사정 합의사항인 실업자 노조가입은 제외한 채 정리해고제와 파견법을 통과시켰다. 


1998년 6월 3일 2기 노사정위원회가 출범했고 민주노총은 다시 참여했다. 민주노총은 이후 불참과 복귀를 반복하다 1999년 2월 24일 대의원대회에서 최종적으로 탈퇴를 결정했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후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둘러싼 내부 논란이 있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직선 2기 김명환 집행부도 정책대의원대회를 통해 명칭이 바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참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2004년 민주노총 집행부와 마찬가지로 2018년 현재 민주노총은 실질적 노사정 기구인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가하고 있다. 심지어 경사노위 산하 위원회에도 참가하고 있다. 


노사정 기구 참여 명분은 ‘투쟁과 대화의 병행‘ 논리다. 2004년 당시 민주노총 기획담당자는 ’사회적 교섭은 투쟁‘이라는 주장까지 했다. 노사정 대화기구에 전술적으로 참여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화에만 매달리는 형국이다. 


지난 10월 17일 열린 민주노총 정책대의원대회가 성원 부족으로 유회되기는 했지만 경사노위 참여와 총파업 결의문 채택 말고 실질적인 총파업 조직화 계획은 없었다. 따라서 오는 11월 21일 민주노총 하루 총파업은 현장 조합원의 교육, 선전을 통한 조직화나 찬반투표 절차 없이 그저 총파업 결의대회로 그칠 공산이 크다. 


노사정합의 모델의 대표적 사례로 1982년 네덜란드 노총과 경총 사이에 맺은 바세나르협약을 들고 있다. 획기적인 노동시간단축을 통해 50%였던 고용률을 75%까지 늘리고 증세를 통해 재정을 안정시켜 복지를 늘라는 내용이었다. 노동자들의 고용과 복지가 핵심이었다.


당시 노측 협상대표였던 빔 콕 노총위원장은 1994년에서 2002년까지 네덜란드 총리를 역임했다. 노사정합의 모델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은 강력한 산별노조중앙조직, 국회내 유의미한 노동자(또는지지)정당, 사회적 합의가 이행될 수 있는 사회적 조건 등을 전제로 한다. 그나마 자본의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후퇴하는 양상이다. 


한국을 보자. 1998년 1기 노사정위원회 합의사항 중 가장 핵심이었던 ‘정리해고제’는 민주노총이 정리해고를 수용한 것이 아니라 당시 대법원 판례보다 해고요건을 더 강화하는 내용으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민주노총의 순진한 정책적 판단이었다. 자본과 권력은 민주노총이 정리해고를 수용한 것으로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었다. 


정리해고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근로기준법> 23조(해고 등의 제한), 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에 명기한 대로 ‘해고제한’을 합의했지만 정권과 자본은 ‘자유로운 해고’로 해석했다. 심지어 법원은 사법거래를 통해 콜트콜텍의 경우 ‘현재 경영상태는 좋지만 미래에 나빠질지도 모르는 경영’을 들먹이여 노동자를 해고하는 데 악용하였다. 쌍용자동차 노동자 해고의 경우 자본의 회계조작까지 눈감아 주었다. 


이처럼 한국에서 노사정 사회적 합의는 지켜지지 않거나 합의 내용과는 전혀 다르게 악용되어왔다. 대부분의 노사정 합의는 제도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현재의 국회 구도상 노사정 합의가 온전히 입법화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개악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직속인 최저임금위원회가 2018년 최저임금을 시급 1060원 인상 하자마자 국회는 여야 야합으로 산입범위 확대를 내용으로 최저임금법을 개악(최임삭감법)해 버렸다, 최근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현행 3개월 단위 탄력근로제를 1년으로 확대하는 문제를 놓고 노사정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당연히 노동측 요구가 아니라 자본측 요구를 노사정위원회에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노사정위원회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로 명칭을 변경한 것도 노동측 지분이나 목소리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다. 더 큰 문제는 현행 경사노위는 사회적 양극화 중 노동 내부의 격차를 부각시켜 대기업 정규직노동자들의 양보를 받아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용자측인 경총과 상의가 참여하고 있지만 재벌(전경련)과 부자(부동산, 토지, 금융자본가)들이 빠져 있다. 


현재의 노사정모델은 진짜로 양보를 해야 할 계급계층은 빠져 있다. 진정한 사회적 합의 기구가 아니다. 다음으로 노동측이 자본의 요구를 수용해 합의하지 않는 한 제도화될 가능성이 없다. 노동의 요구가 반영된 합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입법화시킬 국회내 세력이 없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민주노총이 실질적인 총파업을 조직할 의지가 없고 준비상태가 안 돼 있다는 점이다.  

  2018.11.2.금


 배제된 사람들과 함께 <평등노동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