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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 덕양산(행주산성), 2020.5.17.

 

전날 삼성피해자공동행동 3차 집중투쟁에 참가했다. 녹사평역에서 출발해 이태원을 거쳐 이재용 집 앞에 도착해 집회를 했다. 전화연결을 통해 이야기하던 해고자 김용희가 울먹인다. 이재용 집 앞에서 관을 놓고 혼자서 노숙농성하던 때가 생각났을 것이고 1년이 다 되어가는 고공농성에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울분이 넘쳤을 것이다.

 

집회 후 버스로 신사동까지 이동한 후 강남역까지 행진한 뒤 그 곳에서 투쟁문화제를 열었다. 길 건너편에는 극우세력들의 소란한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오후에 고공농성 중인 김용희 해고노동자를 향해 레이저를 쏘아댔다고 했다. 투쟁문화제가 끝나고 식사 후 집에 오니 피로가 몰려왔다. 오늘 산행을 위해 밤 12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했지만 인터넷이나 유투브 서핑을 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기 일쑤다.

 

전날 무리한 탓에 늦게 일어났다. 12시가 넘어서야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북한산에 가기에는 늦은 시간이다. 날씨도 흐리고 오후에는 비 소식도 있어 가까운 덕양산으로 향했다. 등산이라기보다는 둘레길을 걷는 정도의 산행이다. 그러나 역사가 서려있는 행주산성을 품은 덕양산은 한강변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산길이 아늑하고 예쁘다.

 

산딸기가 가득 열매를 맺고 있고, 아카시아와 찔레꽃은 만발이다. 서양의 개량종 붉은 장미보다 산에 가면 지천에 늘려있는 장미과의 흰 찔레가 더 차분해 보인다. 겨울에는 한강 하구에 청둥오리 등 겨울철새가 보였는데 지금은 새들이 보이지 않는다. 수중보로 인해 물이 고인 탓에 모래톱이이나 뻘이 없어 그 곳을 중심으로 먹이활동을 하고 알을 낳는 새가 올 수 없기 때문이다. 4대강 보나 수중보를 만들어 물이 가득 차 있다고 보기가 좋거나 친환경적인 것만은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것도 자연에 역행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반면 숲에는 뻐꾸기나 딱따구리 그리고 이름 모를 새들이 짝을 찾고 있는지, 먹이활동을 하는 자신들의 소리를 내고 있다. 짝을 찾는 소리는 노래(song)고 먹이활동 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리는 콜(call)이라 한다. 사랑의 노래가 먹고 살기 위한 콜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명학하게 구분하지 못한다. 귀를 열고, 아니 마음을 열고 더 관찰이 필요하다. 쉬엄 쉬엄 1시간 정도 가다보면 진강정이 나온다. 날씨가 좋으면 그 곳에서 북한산, 관악산, 여의도 63빌딩까지 훤히 바라보인다.

 

조금 더 오르면 덕양정, 그리고 정상에 행주대첩비가 우뚝 서 있다. 큰 살구()나무 한 그루도 서 있다. 임진왜란 당시 3대 대첩 중 한 곳이지만 왜군과의 전면전이라기보다는 적의 주력군이 한양으로 침입하는 것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권율장군의 전략전술만이 아니라 행주치마 전설처럼 조총에 맞서 짱돌을 들고 싸우다 장렬하게 산화해 간 민중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다. 이름 없는 무덤군이 당시를 말해주고 있다.

 

행주대첩비와 권율장군 동상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길거리 천막농성 2162, 현대중공업 재벌(정몽준)70세 전후 해고 노동자 방치하나?”, “김용희 삼성해고노동자 철탑고공농성 343, 삼성재벌 이재용, 문재인 정권이 해결하라!”, “대우조선해양청원경찰 부당해고 413, 즉각 복직시켜라!”,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 전면파업327, 손배가압류 철회하라!”. 권력은 시계추처럼 보수양당을 오가지만 노동자들의 삶은 변하는 게 없다. 진보든 운동권이든 명함을 팔아 출세의 길로 먹튀하면 고인 물처럼 썩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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