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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전국노동자대회 유감

허 영 구

 

1. 반복된 민주노총 행사

 

20131110,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1988년 연세대에서 열린 역사적인 전국노동자대회로부터 시작하면 26번째다. 2013718,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민주노총 7기 집행부로서도 중요한 사업이었다. 전날 여의도에서 예전과 달리 비정규직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고 대회 당일에는 서울시청 광장에는 3만 여 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민주노총은 작년 12월 대통령선거기간 중에 공약한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실시 등 노동현안에 대한 약속 파기에서부터 지난 1024일 노동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통보하기까지 일련의 상황으로 볼 때 위력적인 대정부투쟁을 해야 할 시점이었다.

 

민주노총은 2013년 전국노동자대회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민주노총은 매년 전태일 열사 분신 항거일(1970. 11. 13) 주간에 맞추어 전태일 열사정신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여 왔음.

- 올해는 전교조 공무원노조 탄압,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조합원 자결,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등 전반적인 민주주의 후퇴와 반노동정책, 기초연금-민영화 등 공약파기에 따른 민생파탄 규탄에 집중함.

- 특히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조합원 자결,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등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에 대한 공격이 집중되는 시기에 올해 들어 최대 규모의 대중적 집회를 통하여 박근혜 정권에 대한 반격을 개시하고자 함

 

그리고 대회의 주안점 역시 상세하게 덧붙였다.

- 비정규철폐노동자대회와 전국노동자대회의 결합 : 그동안 10월 말 비정규노동자대회와 11월 초 전국노동자대회로 분리 진행하였던 것을 12일 연속대회로 결합하였음. 민주노총 3기 전략조직화 사업의 핵심인 ‘200억 기금 모금 - 100만 조직화를 공식화 하는 의미도 있음. 

- 반 박근혜 정권 투쟁 선언 : 전교조 노조 아님통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 아님 통보/ 최종범 열사 죽음에 대한 삼성자본의 책임 추궁/ 부정선거 의혹 은폐, 진보당 해체시도 등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규탄과 전면투쟁 선언. 

- 12월 대규모 시국대회 추진 : 1회적이고 연례적인 행사가 아니라 본격적인 투쟁의 시작임을 알리고 지속적으로 추진함. 부정선거 의혹 규탄 촛불대회, 각계각층의 시국선언 및 규탄 움직임을 집결하여 127일 대규모 시국대회를 추진함. 

- 집회 및 시위형식의 혁신 : 진행방식, 무대배치 등 전반적인 집회형식의 혁신을 추구함.

 

이제까지 그러했듯이 이번 집행부 역시 임기 시작 4개월 만에 전국노동자대회라는 큰 행사를 치룬 셈이다. “선을 넘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민영화-연금개악 저지! 비정규직 철폐! 민주주의 파괴중단! 노동탄압 분쇄!’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13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전국노동자대회를 앞둔 1026,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는 박근혜 정권에 결사항전을 선포한 바 있다. 노동자대회 당일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은 법테두리 내에 있지 않겠다고 공언한 대로 민주노총 설립신고서를 찢는 퍼포먼스를 했다. 역시 지루한 연설이 반복됐고 행진이 있었다. 그러나 조합원대중들에게는 큰 감흥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선을 넘자!”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민주노총 중앙은 물론이고 가맹조직(산업노조연맹)이나 산하조직 집행부는 말할 것도 없고 조합원들 역시 결의를 다지고 기획된 것이 아니라 일회성 구호임을 알고 있었다. 대회 주요 요구인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민영화-연금개악 저지! 비정규직 철폐! 민주주의 파괴중단! 노동탄압 분쇄!’ 역시 현 시점에서 민주노총의 일상적 요구일 뿐 운동노선이나 지향을 담아내지 못했다. 대회 의미나 주안점을 보면 노동운동의 전략목표를 상실했고, 전술은 구체적이지 못했다. 전략이 없는데 전술이 있겠는가? 특히 박근혜 정권에 전면투쟁, 결사항전을 선포하면서 넘겠다던 은 무엇이고 어디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말하지나 않았으면 모르고 지나갈 것을 넘자던 선은커녕 선 안에 갇히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정권과 자본이 노리는 결과를 확인시켜 준 셈이다. 흩어져 투쟁하는 것이 어려워서 뭉쳐보지만 결국 선 안에 갇혀 체제내화 내지 제도화되는 무기력감을 준 대회가 되고 말았다. 전략적 메시지도 없고, 노동자들의 분노도 표출하지 못한 전국노동자대회가 되고 말았다. 결국 모든 과제는 끝없이 반복되는 일회성 행사로 넘어갔다. 금년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오래되었다. 더 이상 이런 방식의 노동자대회는 안 된다.

 

2. ‘에 갇힌 요구와 투쟁

 

1997.11.21,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한국경제는 완전한 개방과 함께 세계경제에 편입되었다. 재벌경제에서 세계화된 자본이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 편입됐다. 금융시장개방화와 함께 다국적기업과 초국적 금융투기자본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 하에 놓이게 됐다. 노동운동은 자본운동에 대응하는 운동이다. 자본은 노동을 착취한다. 노동자가 저항하면서 노조가 만들어지고 노동운동이 발생한다. 자본의 착취방식, 자본의 세계화 양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양태, 금융자본의 수탈구조에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효과적으로 투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번번이 투쟁의 시기와 상대를 놓친다. 전략전술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세인식을 가져야 한다.

 

민주노총은 어느 정도 변화하는 정세를 인식하고 대응해 왔다. 1996~97년 노동법개악저지 정치총파업을 했고 그 성과를 토대로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이어 닥칠 외환위기나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를 인식하지는 못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빌미로 노동에 대한 총공세가 시작됐다. 일부는 평화적 정권교체니 국민의 정부 운운하면서 보수정치권에 흡수되어 들어갔지만 전체 노동자와 활동가들은 1998년부터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서 나름대로 투쟁을 전개했다. 5년간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로 길거리로 쫓겨나는 가운데 민주노총 단병호위원장을 비롯해 800명 넘는 노동자들이 구속을 당하면서 투쟁을 전개했다. 자유주의 보수정권의 신자유주의정책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나 노동자 생존권은 존재할 수 없었다. 가장 짧은 기간의 경제외환위기 극복은 정리해고, 노동자 대량 구속, 비정규직 확산, 가계부채 증가, 금융투기자본의 경제지배 대가였을 뿐이다.

 

당시 민주노총은 김대중 정권이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했다고 선언한 2001년 하반기 투쟁 방향으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저지와 김대중 정권 퇴진으로 걸고 전국노동자대회와 민중대회를 개최하였다. 노동자들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6.15선언을 하고 노벨평화상을 받은 대통령을 그 다음해에 퇴진하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200112월에 열린 민중대회명칭으로 WTO 쌀 수입반대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저지민중생존권쟁취김대중 정권 반대반전평화미국반대를 걸었다. 대회 총괄기조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저지, 김대중 정권 퇴진, 반전평화 미국반대, 민주개혁쟁취의 기치아래 광범위한 반미, 반 김대중 전선으로 결집한다였다. 그러나 2002년 노동자대회에서는 또 다시 5년마다 돌아 온 12월 대통령 선거의 영향을 받아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노동법개악안 폐지비정규직 철폐보수정치 타파로 축소되었다.

 

2006년은 노무현정권이 동북아 금융허브화, 한미FTA추진, 평택미군기지이전, 이라크 파병, 비정규악법 등으로 노동자 농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전국노동자대회 목표로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및 민주노총 총파업투쟁과 민중총궐기투쟁 결의정권과 자본의 노동악법인 노사관계 로드맵 폐기와 민주적노사관계법 쟁취3년간의 입법투쟁을 마무리하는 비정규직 권리보장법안 쟁취한미FTA협상 완전 중단과 반미반전 반신자유주의투쟁 전개키로 했다. 대회기조는 서울 도심 대중 집회11.15 무기한 총파업투쟁 돌입 선포노무현 정권퇴진이었다. 가장 친노동자적으로 포장되었고 민주노조운동 세력의 일부까지 포함한 참여정부 하에서 1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구속되었다.

 

2007년 전국노동자대회는 비정규직 철폐, 한미FTA비준 저지, 대선투쟁 승리’, 2008년 전국노동자대회는 민생 파탄 MB정책 노동자가 끝장내자를 슬로건으로 정했다. 77일간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옥쇄파업, 이명박 정권의 폭력진압과 100여명의 노동자가 구속되었던 해인 2009년 전국노동자대회는 전야제에서 다시 전태일 열사를 만나다’, 본대회에서는 노동자여, 우리가 희망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2010년 전국노동자대회는 노동가본권 사수, 노동법 재개정, 비정규직 문제 해결, G20 규탄’, 2011년 전국노동자대회는 ‘1%에 맞서는 99%, 우리가 대안이다’, 2012년 전국노동자대회는 비정규직 철폐, 노조파괴중단, 노동자 참정권 보장, 진보적 정권 교체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외환위기 이후 16년간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기조와 요구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과 정권퇴진 등 롤러코스트를 탄 것처럼 변화무쌍했다. 민주당 김대중노무현정권 10년과 새누리당 이명박박근혜정권 6년을 거치는 동안 앞은 친노동 민주정부가 되고 뒤는 반노동 반민주 내지 독재정부가 된 것처럼 대비되고 있다. 물론 나쁜 것에도 차이가 있기 마련인데 덜 나쁜 것착한 것으로 둔갑하였다. ‘노무현의 착한FTA(제주해군기지, 핵발전소 등)와 이명박의 나쁜 FTA(제주해군기지, 핵발전소 등)’의 경우는 똑 같은 내용을 전혀 상반된 것으로 선전하기도 했다. 노동운동의 계급적 원칙이 무너진 노동운동판에 신자유주의 파고가 밀려왔다. 그 과정에서 투쟁의 본질과 방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가장 밑바닥에서 작동하는 자본의 노동착취에 신음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을 조직하기보다 상층 정치에 기대어 정세를 바라보면서 서 있을 자리와 목표를 상실했다. 아니면 이런 정세를 애써 외면하려 했다. 당시보다 훨씬 더 폭압적인 착취와 수탈이 자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와 금융자본주의 상황에서 2013년 노동자대회와 농민대회가 열렸고 노동자들의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은 시국(민중)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최근 몇 년간 민주노총에는 신자유주의 정세인식은 고사하고 신자유주의라는 슬로건이나 구호조차 사라진 모양새다. 2013년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내세운 선을 넘자!”는 슬로건은 전체 흐름을 볼 때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에 대한 설립신고를 취소한 것이 주요하게 작용하였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즉흥적으로 민주노총설립신고서를 찢는 촌극을 벌이는 일련의 과정으로 볼 때 법 내외의 선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실정법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의미다. 전노협이나 초기 민주노총이 법외조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에 자본에 맞서 투쟁해 온 역사처럼 제도 바깥에서 투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 있다. 그러나 노동운동이 지향해 온 선은 그런 설립신고서나 합법여부 문제가 아니다. 자본주의체제를 극복하고 인간답고 평등한 노동해방의 세상을 향한 전략목표로서 넘어야 할 선이다. 그리고 그 선은 단순한 평면이 아니라 입체적이고 공간적인 개념이다.

 

전국노동자대회 포스터가 그린 국가권력의 폴리스라인을 밟고 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특히 오늘날 극악무도한 착취와 수탈체제인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 세상을 밟고 넘는. 그 틀을 깨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전국노동자대회는 전략목표를 상실했거나 전략목표가 무엇인지 혼란에 빠져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설령 물리적으로 집회 및 시위형식의 혁신으로서 경찰이 신고한 대로가 아닌 위력적인 가두투쟁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하더라도 선을 넘기는커녕 매우 수세적으로 행진을 끝내고 말았다. 박근혜 정권을 향해 결사항전을 한다고 선언해 놓고 청와대는커녕 광화문 근처도 아닌 그 반대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하다니!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현장인 평화시장 전태일다리까지 행진을 하고 그 곳에서 마무리를 했다고 해서 면죄부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건 근로기준법을 지켜라!’고 외치며 산화한 전태일 열사가 바라는 바도 아니다.

 

이번 전국노동자대회 주요 요구인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민영화-연금개악 저지! 비정규직 철폐! 민주주의 파괴중단! 노동탄압 분쇄!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은 그 자체로서 잘못 된 것은 없다. 그러나 오늘날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운동 특히, 87체제 민주노조운동이 종착점에 달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거나 관성에 빠져 있음을 보여 준다. 이 요구에는 실업자, 알바노동자는 물론이고 장애인, 이주노동자, 노점상, 철거민 등 탄압받고 착취당하는 소수자 문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여전히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 특히 민주노총 조직노동자를 중심으로 하는 요구를 내세우고 있다.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는 민주노총이 당면하게 전국공무원노조나 전교조에 대한 합법성 문제로 정권과 대치국면에 있기에 당연히 제시할 수 있는 요구다. 그러나 노동기본권 이전에 일할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300~400만 실업노동자와 근로기준법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500만 알바노동자의 시민권적 인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투쟁요구와 과제로 삼아야 한다. 대기업공공부문정규직노동자들의 노동운동이 아니라 2500만 전체 비정규불안정 노동자들의 문제를 전국노동자대회 공간에 담아내야 한다. 만약 이런 과제를 담지 않는다면 전국노동자대회가 아니고 민주노총조합원대회거나 민주노총대회가 되고 말 것이다.

 

전노협과 민주노총 초기 사업이나 투쟁은 전국의 많은 노동자들이 지지했다. 특히 미군정 시기인 1946년 전국노동조합평의회(전평) 파업 이래 50년 만에 전개된 전국적인 정치총파업인 1996-97, 노동법안기부법 개악 저지 총파업에 전국의 노동자들이 지지하고 연대했다. 비록 노동조합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민주노총의 투쟁이 자신들의 투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권의 폭압적인 탄압이 있었지만 전제 노동자들의 지지와 연대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민주노총의 요구와 투쟁은 조직된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전체 노동자들로부터 무관심과 외면에 직면해 있다. 더욱이 정권과 자본의 왜곡 선전선동에 의해 민주노총의 요구와 투쟁은 가끔씩 비난이 대상이 되고 있다. 이것은 철저하게 자본의 노동계급에 대한 분할 지배전략이다. 동시에 민주노조운동이 여전히 자신의 틀 속에 갇혀 있어 새로운 운동 전략을 제시하고 실천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다.

 

박근혜 정권은 기초노령연금 등 대통령 선거시기의 공약조차 지키지 않고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민주노총이 민영화-연금개악 저지!’는 당연한 요구다. 먼저 민영화는 자본이 만든 기만적인 개념으로 당연히 사유화(privatization)’로 바꾸어야 한다. 안 되면 같이 표기라도 해야 한다. 민주노총이나 공공부문노조에서는 여전히 정부가 사용하는 민영화에 반대하기 위해 민영화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나 정부는 다시 민영화 대신 다른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구조개선이니 철도산업발전이니 하는 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사유화를 피해가려는 술수다. 따라서 민주노총이나 철도노조 등 공공부문노조들은 민영화 대신 사유화’(사기업화 또는 재벌이나 다국적기업에 공공재산 팔아넘기기 등)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사유화(사기업화)에 대한 단순한 반대나 저지가 아니라 본질을 폭로해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가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초과착취를 위한 공격임을 드러내야 한다. 요금인상이나 대형사고 빈발만을 강조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투쟁 역시 세계화된 자본의 금융수탈체제와 신자유주의 정권의 금융자유화정책과 연관되어 있음을 폭로해야 한다.

 

연금개악저지 문제는 노무현 정권시기 단행된 국민연금 개악이 시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이 표를 얻기 위한 공약이었던 모든 노인에게 기초노령연금 20만원 지급이 공수표로 돌아가고 동시에 국민연금 개악과 맞물리면서 터져 나왔다. 민주노총으로서는 공무원교사연금 적자에 정부예산을 투입하고 국민연금에 비해 높은 연금지급 특혜라는 공격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민주노총 가맹노조인 전국공무원노조와 전국교직원노조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자신들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정년이나 퇴직 후 평생임금으로서의 연금지급이 하향 평준화되는 것을 동의할 수는 없지만 상향 평균화 내지 형평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투쟁을 해야 하는데 분명한 자신의 정책을 갖고 있지 못하다. 특히 500만 알바노동자들은 4대 보험조차 가입하지 못한 상황에서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2013.10.16~30, 아르바이트노동조합과 좌파노동자회가 공동으로 천안, 대전, 광주, 부산, 울산, 청주, 제주 등 7개 도시에서 알바노동 실태조사를 통해 밝혀진 바로는 알바노동자의 4명 중 3명은 4대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정규직 철폐!’1997년 말 IMF외환위기 진행된 대규모 구조조정과 노동자 정리해고 이후 일반화된 고용형태다. 그 이전에도 400여만 명의 비정규직노동자가 있었지만 정년까지 일하는 정규직고용이 일반적인 형태였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비정규직노동자가 확산되고 고용불안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고용안정을 넘어 생존권의 문제이다. 오늘날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이고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것을 일종의 고시에 비유하는 것은 그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고용은 고용불안뿐만 아니라 정규직과의 차별문제가 크다. 차별금지를 위한 여러 법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노동자가 비정규직철폐를 외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대기업정규직노동자들과 그들 노조가 외치는 비정규직철폐는 절박한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500만 명에 달하는 알바노동자들은 현재의 민주노조운동에서 말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범주에 들지 못하고 있다. 실업자까지 포함하면 1000만 노동자가 비정규직철폐의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19982월 노사정 합의 당시 실업자의 노조 가입 자격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법무부의 반대로 유야무야 되다 지금까지 완전한 노동기본권을 얻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몰아낸 것은 해고자(‘교원 아닌 자’)가 조합원으로 있다는 이유다.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역시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두고 다투는 것이지 기간제 교사나 교사발령을 받지 못하고 실업상태에 있는 예비교사노동자를 포함하는 투쟁을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실업자 전체를 놓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나 완전고용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1700만이 넘는 임금노동자의 50%가 비정규직이다. 그런데 2500만 비정규직불안정노동자 전체를 놓고 보면 비정규직노동자는 70%에 육박한다. 비정규직철폐는커녕 정규직이 철폐되고 있다. 노동조합은 철폐를 외치지만 거의 실현하지 못하고 있고, 자본가는 외치지 않을 뿐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이제는 비정규직이 아니라 알바노동자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이다. 일본은 전체 1800만 비정규직노동자 67%1200만이 알바노동자라 한다. 전체 임금노동자 5300만 명 중 23%에 육박한다. 이런 사정을 반영하듯이 일본에서는 알바만으로 기업경영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책도 출판됐다.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가 열린 119일 홍대 앞에서는 한국의 최초 알바노조인 아르바이트노조 총회가 열렸고 신촌까지 거리 행진을 했다. 이 시간 민주노총은 여의도에서 비정규직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1000만 명이 초대받지 못한 셈이다. 그러나 1110일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앞서 광화문에서 제1회 알바 비정규노동자대회를 연 것은 이들에게 새로운 공간을 제공하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민주주의 파괴중단!’ 요구는 변함없는 노동운동의 요구다. 없는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있는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그렇다. 필자가 낡은 선언과 강령이라고 지적한 바 있는 민주노총 선언의 말미에는 민주사회건설이 나온다. 여기서 민주사회라는 말 자체는 매우 모호하다. 군사독재잔재나 재벌체제를 극복하고 평등사회로 나아가자고 유추할 수 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체제를 지향하고 있는지 불분명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체제를 그대로 두고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치적 민주주의가 끊임없이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는 것도 그 토대가 되는 경제사회민주주의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생존권이나 시민적 권리, 나아가 노동기본권에 이르면 민주주의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보수정치판에서 여당과 야당,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를 오가며 민주와 반민주 논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이나 진보정치 역시 민주정부, 민주대연합, MB박근혜 야권연대 같은 논쟁에 휘말려 왔다. 여전히 정권교체만이 살 길이고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설령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노동착취를 통해 유지되는 자본주의체제에 민주주의가 있는가? 자유민주주의는 자본에 자유로운 민주주의다. 노동에게는 자본독재다.

 

노동탄압 분쇄!’도 마찬가지다. 자본이 노동을 착취하고 이에 맞서 노동자들이 투쟁하면 자본은 노동을 탄압한다. 노동착취와 노동탄압은 동시진행형이다. 이 역시 보수양당을 분리해서 사고하려 한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고 사실이 아니다. 구속노동자수가 노태우정권 5년간 2000여명, 김대중노무현정권 10년간 2000여명. 이명박정권 5년간 600여명인데 구속자 숫자로만 민주정부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최근 들어 구속자가 줄어든 것은 투쟁이 줄어든 탓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신자유주의 정책과 노동탄압으로 현장의 투쟁동력이 약화되었다. 현대재벌이 성장하는 가운데서 기업을 직접 경영한 이명박이 권력을 잡은 뒤 용산과 쌍용자동차에서 보여준 살인적 진압으로 아예 투쟁의 싹을 잘라버렸다. 대기업정규직노동자들은 중소하청비정규직노동자들과의 차별적 처우로 안정된 고용과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지키기에 몸을 사리며 정치투쟁을 회피하고 있다. 거기다 민주노총이 정치에 기대어 투쟁을 방기한 측면도 있다.

 

김대중 정권으로부터 이어져 왔겠지만 노무현 정권 초기인 2004년 민주노총 장기투쟁(장투)사업장은 90여개에 달했는데 2013년 현재로 70여개다. 박근혜 정권 하 투쟁사업장 대부분은 역시 이명박 정권에서 이어져 왔다. 장기투쟁사업장 숫자만으로 노동운동탄압과의 관련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힘들거나 탄압이 두려워 투쟁을 포기하면 투쟁사업장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투쟁의 필요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노동현장에서 자본과 정권에 의한 노동탄압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증가, 빈부격차와 금융부채 증가, 빈곤과 격차 확대는 어느 정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지속되는 문제다. 노동운동은 5년 임기의 특정 정권에만 대응할 수 없다. 사업장 내 조직된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만을 위한 노동운동, 87체제 민주노조운동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자본주의체제에 대응하는 노동운동을 펼쳐야 한다.

 

3. ‘을 넘는 게 아니라 을 깨야

 

노동현장은 어렵고 투쟁도 예년 같지 않은 데 전국노동자대회에 노동자들이 많이 모였다. 한편으로 고용과 임금을 지키기에도 버거운 현실의 반영이고, 다른 한편으론 비정규불안정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예전보다 더 많이 모인다고 할 수는 없다. 지금보다 민주노조로 조직된 노동자 수가 적고 지도부가 구속수배되는 등 전국노동자대회 자체가 합법적으로 열리기 어려웠던 시기에 비하면 참여자수가 늘어났다고 할 수 없다. 2013년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슬로건은 선을 넘자!”였다. 선을 넘을 의지도 없이 넘자고 하면 더 큰 무력감에 빠진다. 아예 자신이 없으면 선을 넘기 위해 준비하자고 해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말하지 말아야 한다. 선을 넘기 위해서는 6하 원칙에 입각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러나 이번 노동자대회에서 그런 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냥 내지른 느낌이다. 이번만이 아니니 꼭 지금 현 집행부의 책임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2013년 전국노동자대회 요구에 한정해서 본다면 조직된 노동자의 기본권에서 실업자와 알바노동자의 생존권을, 특정 연금개악 저지에서 보편적 연금제도를, 민주주의 파괴 이전에진 진정한 노동민주주의 수립을, 정권의 탄압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 체제의 착취와 수탈까지 의제를 확장해야 한다.

 

문제는 선이 아니라 입체적 구조다

 

다국적기업 초국적

금융투기

재벌 국가 자본

권력

노동

, 제도 언론

WTO, 군사

IMF, FTA 제국주의

 

<그림 : 신자유주의 금융수탈체제>

 

아예 틀을 깨자!”고 했어야 한다. 87체제, 대기업, 정규직, 민주노총 조합원, 개량주의, 조합주의, 관료주의, 대리주의의 틀을 깨야 한다. 선을 넘는 게 아니라 입체적으로 확장시켜야 한다. 노사관계나 현장의 틀 속에서만 정세를 인식하지 말고 혁명적이고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자본의 정세를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그림>에서 보면 IMF외환위기 이전에는 재벌, 국가권력, 법과 제도, 조중동 같은 언론 등이 노동을 둘러싸고 있었다. 물론 그 당시에도 세계화된 자본의 영향력이 있었다. 그러나 IMF외환위기 이후에는 다국적기업과 초국적 금융투기자본, 신자유주의 체제를 강화하는 국제기구와 이를 군사력으로 뒷받침하는 군사제국주의가 중층적으로 노동을 둘러싸고 착취와 수탈을 강화한다. 이 그림에서 보면 선을 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틀을 깨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정세인식, 조직, 전략전술, 운동방식 으로는 선을 넘는 것도 틀을 깨는 것도 어렵다. 2013년 노동자대회에 유감(?)이 많다. 87체제, 민주노조운동, 민주노총의 선을 넘고 틀을 깨자! 누가 감히 불법이라고 하겠나?

 

(<월간좌파>8, 201312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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